바리라이프는 바리백을 메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계절 상관없이 캔버스 백을 메는 남자가 있다. 오로라슈즈, 플로트, 뉴베리니팅을 수입하는 어뮤즈맨 대표이자 의류 브랜드 사비의 대표 겸 디자이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북인산점 운영 등의 여러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고 있는 임기원 대표. 요즘은 겨울에도 천가방을 많이 메지만, 천으로 된 가방은 겨울에 잘 메지 않는 다는 인식이 강했던 때에도 겨울 코트에 큼지막한 캔버스 백을 줄곧 메고 다녔다. 너무 때가 탄거 아니냐며, 그게 그 디자인 아니냐며 옆에서 놀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그 가방을 메는 이유가 있었고 체득한 캔버스 관리법도 있었다. 그에게 캔버스 백에 대한 이야기와 물건(product)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 mui - 예전에는 직접 디자인한 가죽 가방을 메고 다녔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다 언제부턴가 캔버스 백만 메고 계신데 무엇이 변한건가요? ⓒ mui 예전엔 한 가지 일을 집중적으로 했었죠. 지금은 워낙 다양한 일들을 하고, 이동해야 할 일도 많다 보니 플렉시블하게 어디서든 펼쳐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해요. 노트북, 마우스와 마우스 패드, 다이어리, 필통, 보조 배터리, 열쇠 꾸러미, 지갑 등을 늘 담아야 해서 가볍고 공간이 큰 캔버스 백이 적절했어요. 캔버스 소재의 아날로그 느낌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 mui 이런 가방들 디자인의 시초가 coal bag이라고 하는 석탄을 운반하는 가방에서 왔다고 본 적이 있어요. 가죽을 대신할 정도로 내구성이 좋고, 많은 양의 석탄을 담고 가운데 손잡이를 잡아끌어 이동하기에 좋았던 거죠. 그렇게 생활 현장에서 쓰였던 실용적인 이미지가 캔버스 가방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Coal bag ⓒ google - 가방뿐 아니라 사용하시는 물건들을 보면 어떤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물건을 잘 고르는 일이 하시는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도 할 것 같고요. 물건을 고를 때의 기준이 있나요? 일본에서 구입한 키홀더. ⓒ mui 물건이 가진 기능을 콤팩트하게 만든 공산품들에 감탄해요. 만듦새라고 해야 할까요. 기능과 디자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소재로 필요한 기능만을 충실하게 표현한 것이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이 열쇠고리는 단순하지만 제 기능은 충분히 하고 있죠. 사용하는데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제가 디자이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작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디자인과 기능의 콤팩트함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공이 많이 들어가는지 알거든요. 한번 마음에 들었던 제품이나 브랜드는 계속 사용하는 편이에요. 몰스킨 노트, 포터 제품들, 미도리의 문구들이 그렇죠. 어뮤즈맨에서 수입하는 제품들도 이런 맥락으로 셀렉 하고 있어요. - 어뮤즈맨이 선택한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본적으로 저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고르게 되죠. 그걸 제외한다면, 제품은 제가 고른다기보다 제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일상적인 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담아두던 기능이나 필요에 대한 욕구가, 제품을 만나면 쓱-하고 들어오는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필요에 대한 고민이 잘 담긴 물건을 고르게 되고, 항상 만든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평소에 쓰는 물건이나 일에 관련된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비슷한 것 같은데, 사람들마다 자기 기준이라는 게 있죠. 모든 사람은 한쪽에는 실용, 다른 한쪽은 아름다움이라는 점을 두고 그 가운데 어딘가에 스스로 만족하는 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지점은 아마도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이것도 우리 세대가 가지는 특별한 지점이라고 봐요. 산업화 초기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우리 세대에게는 완전히 기계화, 디지털화되지 않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공산품을 좋아하지만 인간적인 고민과 손길이 들어간 것들을 선호해요. 어뮤즈맨의 수입 아이템 : (왼쪽부터) 오로라슈즈, 오가닉스레즈, 뉴베리니팅 ⓒ amuseman - 실용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말씀하시는 실용은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가지 일들을 하면서 생긴 노트법. ⓒ mui 제게 실용은 전적으로 일에 맞춰져 있어요. 가방을 비롯한 가방 속 물건들은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준비 되어있죠. 노트에 일정을 기록하거나 파일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심플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형식을 잡아가는 편이에요. 필기 도구의 스페어 제품들도 구비하고 다닐 정도니까요. 처음부터 그랬다기 보다 일을 해나가면서 자리잡혔어요. 자꾸 블랙을 선택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아요. ^^; 필통 안 쪽에 준비되어 있는 필기 도구의 여분들. ⓒ mui - 가지고 있는 캔버스 백 종류가 많아요. 사용하면서 생긴 스토리가 있나요? 캔버스 백들은 소재가 주는 느낌이 가방의 무드를 많이 결정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소재는 깨끗하게 관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쉽게 더러워지고 때도 잘 타고 세탁도 만만치 않고요. 많은 방법을 사용해 봤는데, 직접 삶아서 세탁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더라고요. 캔버스 백 세탁하면서 삶는 세탁법에 일가견이 생긴 것 같아요. ㅎㅎ 요새는 세탁기가 워낙 좋아져서 스테인리스 들통에 직접 삶는 일은 별로 없을 텐데, 그래도 직접 불로 삶아주는 것이 심적으로 시원하거든요. 비법을 알려드리자면 중불로 1시간가량 오래 삶고, 베이킹소다를 한 움큼 넣어주시면 좋아요. 그리고 예전 십 원짜리 동전 있죠? 그걸 두 개 정도같이 넣어두면 삶는 물이 넘치지 않아요. 소장하고 있는 캔버스 백 ⓒ mui - 바리백은 사용하기에 어땠나요? 바리백은 사이즈가 넉넉하면서도 기존에 사용하던 캔버스 백들보다 무게나 디자인이 가벼워 이동할 때 부담이 없어요. 형태면에 있어서 바닥이 조금 더 잡힌다면 남성분들도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끈 조절 부속품이 없어도 좋을 것 같아요. ⓒ muiⓒ mui 인터뷰이 : 임기원 (wwwra9410@gmail.com)인터뷰어, 글 : 정순아 (meimui@naver.com) 사진 : 누구삶 (nugusalm@gmail.com), @amuseman_kr